나는 드라마 빠찡꼬를 보기 전에 소설 빠찡꼬를 먼저 읽었다.
총 2권으로 돼 있지만 한 권은 사진을 남기지 않았다.
요즘들어 책읽기가 힘들었다.
근시인 나는 안경을 벗으면 글씨가 잘 보여 돋보기 안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약 30분 책을 읽자 글씨가 얇아지기 시작해 글을 읽을 수 없었다.
물론 돋보기 안경을 사용해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자꾸 책 읽는 것을 기피하게 됐다.
하지만 가끔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읽었다.
그렇게 읽은 책이 소설 파칭코였다.
파칭코는 총 2권으로 구성된 소설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 이민진이다.
나무위키에게서 작가의 정보를 가져왔다.
작가 이민진은 2004년부터 몇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하여 2008년 첫 장편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무료 요리(Free Food for Millionaires)’를 발표하였다.
이 책으로 많은 상을 받았고 이민진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따라 약 4년간 일본에서 생활했는데 이민진은 한국말도 거의 못하는 미국인이었음에도 한국의 핏줄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차별을 받은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고 한다.
이 일본 생활 도중 본격적으로 재일교포와 그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엄청난 수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2017년 두 번째 장편소설 ‘파칭코’를 발표했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무위키 발췌).
내가 이 소설을 읽을 때 좋았던 점은 첫 시간대별(연도별)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던 점이다.
두 번째 잡다한 사설이 별로 없고 사실을 얘기하듯 진행하는 스토리 구성이었다.
1913년 일제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송자와 그녀의 가족이 살아온 처절한 삶이 잘 표현되고 긴장되어 책장을 닫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작가 이민진이 직접 일본에서 겪은 일본인 재일동포를 대하는 태도와 그들을 보는 시선이 소설을 더욱 실감나게 기술하게 만든 것 같았다.
주인공 노부코가 일제 때 일본으로 건너가 살아남기 위해 겪은 일은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재일동포가 일본에서 파칭코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여러 상황이 있지만 일본인들은 야쿠자를 하는 사업이라며 무시하고 멀리하려는 것도 씁쓸하게 했다.
소설 도중 송자의 아들 노아가 스스로 총으로 자살하는 시점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노아는 송자가 결혼 전 사랑했던 남자 고한수의 아들이다.
노아의 아버지 고한수는 야쿠자인 장인에게 사위 양자로 들어가 장인의 후계자로 근무하는 유부남이었다.
선자는 고한수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를 떠나고 만다.
그리고 송자의 하숙집에서 잠시 머물렀던 이삭과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다.
이삭과의 사이에는 모자스라는 둘째 아들이 태어난다.
문제는 고한수가 그림자처럼 송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송자와 노아를 돕는 것이었다.
노아는 영리하고 공부도 잘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쿄의 대학에 입학했다.
(노아는 공부를 잘하고 많이 해서 재일교포로서의 차별된 삶을 극복하려고 했다.
) 그래서 그가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고 고한수의 도움을 후원자로 여겨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지만, 후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도쿄대까지 그만두고 시골에 숨어 살다가 그가 있는 곳을 발견하고 찾아온 고한수 때문에 자살로 인생을 끝낸 것이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로 살아야 하는 노아의 자존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또 소설 빠찡꼬를 보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어서 놀랐다.
송자의 남편 이삭, 이삭의 형 요셉, 송자의 장남 노아, 송자의 손자 솔로몬 등이다.
송자의 남편이 목사이기도 하고 이삭의 집이 신학교와 관련되어 있으며 이삭의 부모도 기독교인이었던 것이다.
소설 틈틈이 신양생활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나오고 곧은 성격의 이삭이 신사 참배 문제로 일본에 저항해 옥고를 치르다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나는 작가의 신앙생활이 이 소설 속에 묻어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칭찬하는 암놈들의 글과 역자의 글을 읽으면 더욱 신경 쓰이는 소설 빠찡꼬다.
하지만 ‘드라마 빠찡꼬’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략돼 너무 아쉬웠다.
소설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1910년대 조선에서 1989년 한국과 오사카 등의 시대를 넘나드는 전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많은 내용이 생략된 것으로 보아 다음 시리즈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보지만 소설을 먼저 읽고 감동한 나로서는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드라마 빠찡꼬 출연 배우들을 네이버에서 발췌해 본다.
세리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노년의 선자로 출연했다.
언제나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는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2시리즈가 나와서 보면 이 실망감이 회복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