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병일기 764> 옵티보 91번째…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하게

◆2022년 7월 11일(월) 예고된 비가 새벽 대지를 적신다.

빗길 안전운전을 염두에 두고 일찍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3주 만의 정기검진이다.

표준, 표적, 면역항암제 종류에 따라 진료 주기가 다르다.

나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 옵디보로 치료하고 있어. 완치 목적의 치료가 아닌 연명치료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오전 7시 서울대병원 암병원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채혈실에서 피를 빼는 것이다.

두 번째는 X선 찍는 것이다.

모두 번호표를 뽑아야 할 정도로 이른 아침 암병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 가지 검사를 무난히 마치고 아내와 성실식품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은 큰딸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아내가 동행했다.

둘째 딸도 첫째 딸과 함께 살기 때문에 오늘은 두 딸을 볼 수 없었다.

첫째 딸이 코로나로 쾌유하길, 둘째 딸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도 주치의 김범석 교수 진료실 첫 환자다.

혈액검사와 X선 검사에서 특이사항이 없다고 했다.

아주 짧은 진료를 마치고 주치의가 면역항암제 옵디보 91차를 처방했다.

진료시간을 아끼기 위해 오늘도 말을 아꼈다.

진료 후 피검사 결과를 앱으로 직접 확인했다.

총 35가지 검사 중 표준 참고치를 넘는 결과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지난번 검사까지는 거의 대여섯 개 이상 나왔는데 정말 신기하다.

이번에 참고치를 벗어난 항목은 칼슘으로 참고치는 8.810.5mg/dL이지만 결과는 8.6으로 참고치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7년째 이를 앓고 있지만 이런 결과는 처음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겸손하게 치병해야 하는 이유다.

항암 주사실에서는 행운을 잡았다.

요즘은 당일 항암이 가뭄에 콩이 나는 것 같았지만 오늘은 당일 항암이 가능했다.

그것도 오전에 말이죠. 암병원 1층 일리커피에서 고소하면서도 진한 향의 라떼를 마시는 동안 곧 항암할 시간이 돌아왔다.

오늘도 왼팔이 독을 뒤집어썼다.

혈액검사나 항암 모두 왼팔이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굵은 바늘이 혈관을 파고들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남의 일을 한다.

이가 날 것 같은데 주사 바늘을 보면 끔찍해.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

케모포트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게 어디냐. 아직 혈관이 잘 잡혀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점심 시간에 맞추어 항암도 끝났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아내를 설득하고 베트남 포를 먹었다.

혜화동의 미분양점이 베트남 포의 단골점이다.

저는 이번이 2번째 방문이다.

사실 파쿠치 냄새(?)참석차 베트남 포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가게는 파쿠치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냄새를 맡을 수 없게 되었는가, 이 가게의 음식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있게 먹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일이 있다면 면이 좋아하는 저에게는 면이 너무 적다.

오늘 어떤 블로그의 이웃의 글에 등장한 막국수가 식욕을 자극했다.

칼국수, 막국수, 냉면,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돌 음식이다.

병원에 무사히 다녀왔다.

두 딸을 못 만나서 아쉬웠지만 무사한 하루에 감사한다.

더 겸허하게 치병할 것을 다짐했으며 오늘도 두 손을 맞춘다.

오늘 운동:병원에 다녀오느라 3km 걸어갔다.

명상과 호흡, 실내 자전거 타기는 못 했다.

내일부터 3일은 걷기와 실내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